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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정문가 릴레이 기고 3. 청년정신건강편]I believe, Just DO IT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6-10-14 16:26 조회 37

 I believe, Just DO IT

조재길 전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자문의, 국립나주병원, 순천청년마음건강센터장

깊게 눌러쓴 모자 아래로 고개를 푹 숙인 한 청년이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의자에 앉자마자 차오른 눈물을 쏟아내며 억울함과 응어리진 마음을 토해냈다. 지난 1년 동안 한 점의 빈틈도 없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렸는데, 고작 1점 차이로 낙방해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져 버렸다고 흐느꼈다. 나는 그의 힘든 마음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조심스레 재도전을 권했다. 하지만 청년은 이미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기에 다시 준비해도 떨어질 게 분명하다며, 차라리 죽고 싶다고 했다.

1점 차이와 100점 차이의 낙방은 분명 다르다는 내 말조차 그는 전혀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에게는 단 한 번의 실패가 존재 전체를 흔들 만큼 무겁게 다가왔던 것이다. 완고한 절망 속에 갇혀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 청년을 보며, 나는 결국 약물 치료를 조심스레 권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내 주변의 20대 직원들에게 그 청년의 이야기를 전달했더니 다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 이야기를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같은 생각일까? 아마 다들 그 청년이 1년 다시 준비하면 공무원 시험을 붙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20대 청년들인 여러분에게 막상 그러한 상황이 일어난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요즘 20대를 상담하다 보면 미래의 불안으로 우울감 및 무기력을 호소하는 청년들을 많이 만난다. 4년제 대학을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기 힘들고 원하는 집을 장만하는데도 10년 이상 걸리는 게 현실이다. 대인관계는 생각보다 어렵고 유지하는 데도 돈이 많이 필요하고 SNS를 보면 다들 훌륭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며 나만 뒤처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돈이 되지 않고 돈이 많이 벌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쉽지 않다. 어떻게든 열심히 살려고 하다 보니 점차 내 정신건강을 돌보는데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강의할 때 자주 하는 말이지만 결과만 중시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인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청년들이 부러워하는 '의사'로서의 내 현실보다는 내가 살아왔던 과정들을 조금씩 이야기해 준다. 나도 20대 때는 많이 부족했고, 실패를 겪어 좌절했고 도망치고 숨고 싶었던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고 말이다. 운 좋게도 누군가에게 도움받으며 이겨냈고 나중에서야 아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한 좌절의 순간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어준 필수 과정이라고 말이다. 20대에는 어쩌면 성공보다 실패가 당연한 거고 실패의 두려움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 거라고 말해 준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나도 미래를 바라보면 불안하다는 생각이 지나간다. 어쩌면 인간의 불안감은 인류의 역사를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20대 청년에게 미래의 불안을 수용하고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느끼고 즐기는 과정을 연습하면 된다. 즐긴다는 말은 무조건 상황을 낙천적으로 바라보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부정적인 감정도 숨기지 않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상담실에서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듣고 나면 다들 그 순간에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고마워하고 돌아간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될 때까지 계속하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된다. 이건 마치 넘어지다 보면 어느 순간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든 순간에 도움받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겨내는 것은 '나'라고 나를 믿고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내면 근력'이 키워져서 그 순간은 모르겠지만 지나고 보면 성장한 나를 발견하게 되고 자존감도 올라가게 될 것이다. 나는 오늘도 진료실에서 고개를 들고 과정을 즐기는 청년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혹시 이 이야기가 와닿지 않는 청년들에게는 아무 생각 없이 매일 하루 30분 자연을 보면서 걸으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출처: 전남매일(www.jndn.com/1791275962440739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