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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정문가 릴레이 기고 4. 자살예방편] 자살예방, 사회구성원 모두의 인식전환 필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6-10-14 17:47 조회 35

자살예방, 사회구성원 모두의 인식전환 필요

김정호(전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생명존중위원 / 한국자살유족협회 부회장, 조선대병원 임상심리전문가)

며칠 전 국가데이터처를 통해 지난해 사망원인통계 결과가 배포되었는데, 총 36만여명의 사망 중 자살로 인한 사망자수는 1만4,144명으로 2025년 대한민국 사망자의 약 4%에 이르며, 2024년보다 자살률이 4.7% 감소했음에도 여전히 전 세계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다는 점에서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2015년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분석에서 자살로 인한 연간 총 손실액이 6조원을 초과하는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자살 이후에 극심한 충격과 고통 속에 남겨지는 유족이 매년 10만명 이상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심리적 외상 또한 극심하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 차원 모두 최우선 정책 과제로 간주되어 다양한 사업과 서비스로 이어져오고 있다.

수년 전부터 건강검진 항목에 우울 및 자살 선별 문항을 포함하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집중 관리 및 치료비 지원 사업,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로의 통합과 각 광역 시도별 1577-0199로의 일원화 등 자살 위기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 중심의 생명존중안심마을 조성이나 생명지킴이 교육 사업, 상시 자살 유발 정보 모니터링과 자살수단 관리 및 차단 사업, 그리고 자살유족 대상의 원스톱서비스 등을 통해 자살예방에 힘쓰는 수많은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생명들이 40여분마다 한명씩 사그라지고 있는 현실에 자살예방을 담당하는 기관의 인력들이 소진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이렇듯 자살은 국가 및 지방자치제 사업들을 통해 통제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자살 문제를 더 이상 국가와 민간 전문가들에게만 맡겨서는 되지 않을 것이다. 교육부 주관으로 전국의 모든 초중고 학생들 대상으로 학생 정서행동 특성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올해 감사원 감사 결과 자살로 사망한 학생 중 이 검사에서 ‘일반군’으로 분류된 비율이 77.4%에 이르렀으며, 올해 홍현주 등의 연구에서도 자살 학생의 약 80%는 어떠한 위험 신호도 표출하지 않은 정상군이었음을 보고했다. 비단 청소년 뿐 아니라 전 국민 대상으로 시행하는 자살예방 사업이나 정책들에서 포착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죽음이 여전히 많다는 점에서 자살예방은 더 이상 관계 기관이나 전문가들의 소관이 아니라, 이 사회를 구성하는 우리 모두의 관여와 책임 하에 있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모든 자살자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 곁에 함께 살아가는 주변인들이 은연중에 보여주는 자살 위험 신호를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관심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가장 직접적으로 알기 쉬운 신호는 죽음이나 절망(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며, 평소와 달리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거나 신변을 정리하고 대인관계를 단절하는 등의 행동 신호 또한 중요하다. 특히 심한 우울이나 불안 상태에 놓여있던 사람이 뚜렷한 이유없이 갑자기 차분해지고 평온해보이는 경우도 주의해야 할 신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살 위기에 놓인 개인에 대해 자신이 처한 역경에 맞서지 못하는 나약하고 무능력하게 회피하려는 시도로 간주되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살생각과 의도를 가지게 되었을 때 이를 가까운 사람들에게 알리지 못하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와 개인의 인식이 편향되어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역경과 고난 앞에서 혼자만의 사투를 벌이면서 힘겹게 버티어내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그 곁에서 손잡아주고 함께 싸워주는 것이 자살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첫걸음일 것이다. 자살 문제를 국가와 지방정부만의 문제가 아닌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문제로 인식하고 혼자만의 사투에서 함께 하는 싸움으로 바꿔나가는 변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자살예방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출처: 전남매일(www.jndn.com/1791883258441111130)